5분 브로콜리 무침 ― 포포포 매거진 '육아 공감'
입맛 까다롭고 잘 먹지 않는 아이 때문에 속상했던 경험, 있으시죠?오늘 포포포 매거진은 아이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찾아가는 일상을 소개해요. 브로콜리 무침 레시피 재료 * 브로콜리 1송이(꽃 부분 기준 165g) * 소금 1/4t * 참기름 1t * 깨소금 적당량 (1) 브로콜리를 깨끗이 세척한다. (2) 브로콜리의 꽃 부분을 한입 크기로 자른다.(브로콜리 기둥도 맛있고 영양소도 더 많지만저는 아이가 먹지 않아 제외했어요.) (3) 찜기에 물 1L를 넣고 끓인다.(찜기 사이즈에 따라 물의 양은 가감해요.) (4) 물이 팔팔 끓으면 김이 오른 찜기에잘라둔 브로콜리를 넣고 뚜껑을 덮은 뒤 5분간 찐다.(아이의 치아 상태와 취향에 따라 찌는 시간을 조절해요.) (5) 다 찐 브로콜리는 적당한 사이즈의 보울(bowl)에 옮겨찬물에 식히지 않고 잔열로 마저 익힌다. (6) 브로콜리가 살짝 식으면 소금 1/4t, 참기름 1t,깨소금 적당량을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소금, 참기름, 깨소금의 양은 아이의 연령, 취향에 따라 가감해요.) 우리집 아이는 미각이 매우 예민한 편이다. 때문에 모유를 먹던 신생아 시절부터 7세 초반까지 양껏 잘 먹지도 않았고 가리는 식재료도 참 많았다. ‘배가 고프면 다 먹게 되어 있다’, ‘다양한 식재료를 조금씩 접하다 보면 나중에 익숙해진다’ 등 잘 먹지 않는 아이를 잘 먹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팁들이 많았지만, 굶으면 굶었지 입에 안 맞는 음식은 ‘못’먹고, 음식에 원치 않는 식재료가 들어가면 비위가 상해 구역질이 절로 올라오는 아이에게 딱 들어맞는 처방은 없었다. 그나마 우리 부부가 요리라도 잘했더라면 상황이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엔 나도 남편도 요리를 그다지 잘하지 못했다. 남편이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라면과 김치볶음밥 정도가 전부였고, 내가 그나마 어설프게 할 줄 아는 요리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즐겨 만들어 먹었던 계란 볶음밥과 20대 시절 친구 엄마에게 배운 된장찌개가 다였다. ‘손맛’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요리는 경험치가 참 중요한 분야다. ‘요알못’인 내가 요리책을 보며 신중하게 계량스푼과 계량컵을 들고 마치 과학 실험을 하듯 뚝딱뚝딱 요리를 해보았자 매번 어쩐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맛의 결과물만 탄생시킬 따름이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유아기에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양육자로서의 의무와 까다로운 아이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에는 솜씨가 영 부족한 힘 빠지는 현실 사이에서 초보 엄마는 늘 헛다리를 짚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4세 후반에 접어들어 유치원 입학 추첨이 한창이던 시기였다. 당시 아이들 인구 대비 유치원 수가 부족한 지역에 살고 있었기에 참으로 빡빡하기 그지없는 유치원 입학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데, 그 덕에 7명의 아이 친구 엄마들과는 마치 전우처럼 서로 돕고 의지하며 지내고 있었더랬다. 내가 지원한 유치원은 총 13곳. 먼저 유치원 입학 추첨에 성공한 금손 엄마가 아이들을 돌봐 주는 동안 다른 엄마들은 이번에는 제발 붙어라 기도하며 유치원 강당에 모여 앉고는 했다. 그날도 추첨에 떨어지고 아이를 데리러 아이 친구 집에 들렀는데, 아이 친구 엄마로부터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아이가 새우볶음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다. 식탁에 새우가 올라오면 거실 어딘가로 달아나 버리던 아이가 새우볶음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니, 말 그대로 놀랄 노자였다. 아이 친구 엄마로부터 새우볶음밥 요리법을 전달받으며, 나는 그날 비록 유치원 추첨에는 또 떨어졌지만 똑같은 식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잘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물처럼 배웠다. 또 우리집 아이를 그저 ‘잘 먹지 않는 아이’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미각이 예민한 아이’라고 제대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주 양육자인 나에게 주어진 이 과제는 아이의 입맛에 맞는 조리법을 발견하기만 하면 일정 부분 해결이 되는 문제라는 가능성을 새로이 발견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나중에 우리집 아이의 입맛에 맞는 요리로 레시피집을 하나 만들어 물려주겠다는 마음으로 매 끼니마다 자잘한 시도들을 하게 되었다. 브로콜리를 무칠 때에도 팔팔 김이 오른 찜기에 브로콜리를 4분 동안 쪄보기도 하고, 5분간 쪘을 때와 6분간 쪘을 때의 서로 다른 아이의 반응을 살펴 아이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완성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대단치도 않은 요리에 브로콜리를 몇 분을 찌든 얼마나 차이가 있겠느냐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4분을 찌면 너무 단단해서 잘 안 먹고, 6분을 찌면 너무 물러서 잘 안 먹는 아이가 5분간 찐 브로콜리는 귀여운 입을 오물거리며 그 어느 때보다도 맛있게 먹고는 했기에 늘 하는 집밥 요리에 약간의 섬세함을 더하는 일이 나에게는 정말로 중요하고 소중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지금의 아이는 무엇이 먹고 싶냐 물으면 자신의 최애 음식인 라면을 마치 주문처럼 입에 달고 살지만, 감사하게도 막강한 라이벌 라면만큼 내가 만든 집밥 역시도 몹시 사랑한다. 여전히 우리집 아이는 입이 짧다. 열심히 만든 요리에 박한 피드백이 돌아올 때면 입이 부루퉁 튀어나올 정도로 속상하지만, 나의 요리 경험치가 쌓여감에 따라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도 함께 늘어가는 것을 볼 때마다 아이와 더불어 성장하는 기쁨이 짜릿하다. 요즘 나는 아이를 미식가, 요리 평론가라 부른다. 내가 만든 요리의 부재료를 함께 맞춰보기도 하고 이번 요리는 왜 맛이 덜한지 또는 더 맛있는지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에는 어떻게 요리를 해볼지 함께 궁리한다. 아이가 더 자라 어른이 되면 브로콜리를 4분을 찌든 6분을 찌든 눈치껏 군말 없이 먹는 시기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저 밥을 잘 먹는 것을 넘어 아이가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알아보는 경험을 쌓아가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즐거이 요리를 한다. > 간 맞추느라 눈치 보고, 먹여보려고 갖은 방법을 써봤던 기억들...그 과정에서 나만 아는 ‘우리집 맞춤 레시피’가 생기기도 하죠!똑디분들도 아이의 입맛을 맞추느라 요리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있으신가요?아이가 좋아하는 우리집 특별 레시피까지✨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